Lee Sipyeong

위미(爲美)의 파도

2018년 2월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를 마주할 때면,

그 들썩이는 소리와 요동치는 기운이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시원하면서도

애처로운 감정이 든다.

파도라는 것이 어쩌면 하늘과 바다,

두 영역 간의 충돌로 일어난 파장이 아닐까

제멋대로 상상해본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부서지고, 다시 올라가는

하늘과 바다-동색(同色)의 투쟁.

거대한 자연의 순환 앞에서

인간 세상의 일들은 크고 작든

그저 사소하게 흘러갈 뿐이다.

문득 몇 년 전,

아버지와 함께 보았던 파도가 기억 난다.

내 인생 가장 매섭고 날카로웠던 파도.

평생을 아프셔 온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도 투병 생활을 하게 되었다.

무뚝뚝하고 엄격한 아버지는 난생처음

아들에게 단둘이 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어떤 이유였을지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최대한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머쓱하게 알았다고 대답하며 따라나섰다.

그렇게 떠난 부자의 제주도 여행은

얄궃게도 여행 내내 비가 내렸다.

손 끝에 짙게 베인 천혜향의 향기,

서로 아무 말 없이, 빗속에서 한참 바라본 파도.

무섭게 부서지는 위미(爲美).

같은 파도를 바라보았지만

부자가 짊어진 무게는 너무나도 달랐을 것이다.

파도를 쫓기에 바빴던 아들과 달리

아버지의 시선은 그보다 먼곳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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