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버린 것의 단면
2025년 5월시골에 내려가 아버지와 함께 산불이 휩쓸고 간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죽어가는 듯한 폐허 속에서 쓰러진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겉은 바싹 타버렸지만 내부는 여전히 나무의 생생한 빛깔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순간 작은 생명 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고요한 조우 속에서 먼저 정적을 깬 것은 나였다. 다가가려 하자 그것은 재빨리 나무 더미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찰나의 순간에, 죽어 있는 것들 사이에서 여전히 생동하는 생명의 떨림을 느꼈다.



